한국어

실시간 TV

텅 비어 있는 덕(德)통장

admin 2017.10.19 08:54 조회 수 : 172

 

 

대학 선후배와 동기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들 바쁘게 지내다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다. 
한창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데 문득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너희들 통장에는 얼마가 들어 있냐?˝

난데없이 웬 통장 얘기냐고 다들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내 은행 통장에 잔고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했다. 
혹시나 돈을 빌려 달라고 하는 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배는 빙그레 웃으면서
˝은행통장 말고 덕(德) 통장 말야, 덕(德) 통장.˝ 하는 것이었다. 

˝어허, 이 사람들! 
은행에 돈 쌓이는 것만 관심이 있지 
덕(德) 쌓는 것은 도통 무관심이군. 
사람이 어찌 돈과 밥으로만 살까.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덕을 쌓고 복을 지어야 
사람답게 사는 길이 되리라. 
은행통장이야 죽을 때 가져가지도 못하는 것을. 
죽어서도 가져갈 수 있는 통장을 빨리 만들어 두시라 이 말씀이야.˝

그의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신파조의 말투 때문에 좌중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

이날 모임 이후 며칠 동안 내내 
′덕(德) 통장′이란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더러는 좋은 마음으로 베풀고 
뭔가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 해도 
어찌 보면 그건 진정으로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한 일이기 보다는 
내 마음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지 싶었다.

어느날 아침 서울로 출장 가는 남편을 
역까지 데려다 주고 오는 길이었다. 

 

아파트 진입로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가 있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운전에 썩 능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아니, 미쳤나? 아파트 단지 안에서 저렇게 속력을 내면 어쩌자는 거야? 아침부터!˝

그전 같으면 이렇게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아니면 무서운 눈으로 상대 운전자를 노려보았겠지. 

 

하지만 그날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숨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덕(德) 통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아! 저 사람이 아침부터 뭔가 급한 일이 있나 보다′

그 아침에 마음을 그렇게 돌이켜 세운 것을 
나는 두고두고 잘 했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잘잘못을 떠나서 
아침부터 큰소리 내고 얼굴 붉히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평소에 그냥 막연하게 
′남에게 잘해야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야지′하는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막상 일상생활에서는 남과 부딪히는 순간순간 
내 생각, 내 이익이 먼저 앞서게 되고 
자연히 너그러운 마음을 내기가 불가능했다. 
항상 지나고 나서 후회를 하곤 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이런 작은 것들보다 
뭔가 큰 일을 하고 거창한 희생이라도 해야 
남을 위해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범한 일상에서 
얼마든지 덕을 쌓을 기회가 있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언제 다시 그 선배를 만나게 되면 
이런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내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선배님, 저 덕(德) 통장에 넣으려고 날마다 동전 줍고 다닙니다.˝


- < 며느리 도 통하기> 중에서 -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공지 넷플릭스 8월 4주 신작안내 2020.08.25 1526
공지 넷플릭스 8월 3주 신작안내 2020.08.20 299
공지 주말의 명화 앱 출시 안내! 600편 이상 영화 100% 무료 감상! 2019.07.04 1538
공지 주말의 명화 앱 출시 안내! 600편 이상 영화 100% 무료 감상! 2019.07.04 362
공지 이용하지 않는 웹 사이트 조회 및 탈퇴방법 2017.11.03 5839
공지 [정보] 휴면계좌통합조회 해서 예금 찾기 2017.10.18 9406
112 영화 '검은사제들' 본 신부님들 반응 file 2017.11.03 187
111 할로윈 코스튬한 일본의 리포터 (귀욤주의) file 2017.11.03 109
110 창원 터널사고 블랙박스 file 2017.11.03 337
109 아이폰 X 실물사진 file 2017.11.01 238
108 [아침 글] 인생은 비스 킷 이다. file 2017.11.01 136
107 심폐 소생술 교육 동영상 2017.10.31 278
106 [아침 글] 소피아 로렌의 예언 file 2017.10.31 204
105 김주혁 사고 현장 사진 file 2017.10.31 786
104 [1박2일] 김주혁이 꿈꾸던 10년 후 file 2017.10.31 457
103 손석희의 앵커 브리핑 '김주혁 추모' 2017.10.31 324
102 김주혁 사고 당시 블랙박스 2017.10.31 680
101 [아침 글] 가장 어두운 날 당신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2017.10.30 143
100 [아침 글] 많이 가지고 있는 것과 많이 가지고 있지 않는 것 file 2017.10.29 139
99 [아침 글] 특별한 날 file 2017.10.28 185
98 5초 안에 행동하세요! 바로, 지금! file 2017.10.26 245
97 [아침 글] 지나친 자존심 file 2017.10.26 149
96 [아침 글] 귀 기울여 듣는 힘은 매우 간단하다. file 2017.10.25 97
95 오늘의 사진 -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file 2017.10.24 178
94 [아침 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file 2017.10.24 228
93 [좋은 글] 삶이 버거울 때는 file 2017.10.22 263